요즘 채용 커뮤니티를 보면 인적성 검사 후기 글에 유독 비슷한 문장이 반복됩니다. "분명 아는 문제였는데 시간이 모자라서 결국 못 풀고 넘겼다"는 하소연입니다. 실제로 최근 한 달 사이 몇몇 대기업이 인적성 검사에 같은 성향을 다르게 물어보는 일관성 문항과, 사회적으로 바람직해 보이려는 답변을 걸러내는 허구성 척도를 강화했다는 이야기가 채용 커뮤니티 인기글 상단을 채우고 있습니다. 그만큼 인적성 검사 통과의 기준이 '정답을 아는가'에서 '얼마나 솔직하고 빠르게 답하는가'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몇 년 전 인적성 검사장에서 한 문항을 붙들고 삼십 초 넘게 고민하다, 손끝이 차가워지는 걸 느끼며 결국 뒤쪽 문제 여러 개를 통째로 못 풀고 나온 기억이 있습니다.
정답을 찾으려 할수록 왜 시간에 쫓기게 될까
그때는 인적성 검사가 국어나 수학 시험처럼 정답이 있는 시험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회사가 좋아할까"를 계산하며 답을 골랐죠. 그런데 나중에 인사담당자로 일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인적성 검사, 특히 성격·태도 영역은 정답을 맞히는 시험이 아니라 같은 성향을 다른 표현으로 여러 번 물어봤을 때 답이 얼마나 일관되게 나오는가를 통계적으로 확인하는 도구였습니다. 고민이 길어질수록 사람은 '그럴듯한 답'을 짜맞추게 되고, 그 조합은 뒤쪽 문항에서 미세하게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결국 정답을 찾으려는 그 신중함이, 역설적으로 저를 시간에 쫓기게 만들고 일관성 척도에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했던 셈입니다. 시험장 벽시계 초침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던 그 순간, 저는 문제가 아니라 제 자신의 신중함과 씨름하고 있었던 겁니다.
빨리, 그리고 솔직하게 답한 사람이 결국 더 잘 붙는 이유
이후로 인적성 검사를 준비할 때 딱 하나만 바꿨습니다. 문항을 읽자마자 떠오르는 첫 느낌을 그대로 체크하고, 다음 문항으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이게 회사가 원하는 답일까"를 계산하는 순간 이미 늦다는 걸 알았거든요. 신기하게도 이렇게 빠르게, 직관적으로 풀고 나온 인적성 검사에서 오히려 결과가 더 좋았습니다. 답이 조금 극단적이거나 일관되지 않아 보여도 상관없었습니다. 중요한 건 그 사람 안에서 앞뒤가 맞는 흐름이었지, 사회적으로 바람직해 보이는 답의 나열이 아니었으니까요. 요즘 인적성 검사 준비를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제가 늘 하는 말도 같습니다. 첫 느낌을 의심하지 말라고요.
결국 인적성 검사 앞에서 우리가 이겨야 할 상대는 문제 자체가 아니라, "정답이 있을 것"이라는 오래된 믿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