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상반기 들어서면서 채용 커뮤니티마다 유독 눈에 띄는 글이 있었습니다. 지난달 한 국내 대기업 인사담당자가 익명 커뮤니티에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면접 합불은 지원자가 자리에 앉고 나서 딥 5분 안에 8할쯤 정해진다"고 털어놓은 글이 공유되며 조회수 만 건을 넘길 정도로 화제가 되었더군요. AI 역량검사, 블라인드 채용, 구조화 면접 같은 제도가 올해도 계속 늘고 있지만, 정교해진 면접 제도가 아무리 늘어나도 결국 면접관이 사람을 보는 순간의 힘은 여전하다는 이야기에 이번 달 면접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동안 시끄러웠습니다. 저도 예전에 면접관 자리에 몇 번 앉아본 적이 있는데, 그 경험을 떠올리면 이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압니다. 질문지를 손에 쥐고 있었지만 면접 진행 중 제 눈길이 가장 오래 머문 곳은 답변의 정답 여부가 아니라 지원자가 예상치 못한 질문 앞에서 짓는 아주 짧은 표정 변화였거든요.
면접관이 채점표 밖에서 이미 승부를 가른다는 걸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
면접관 교육을 받을 때마다 늘 강조되는 게 '평가 기준표대로만 채점하라'는 원칙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면접장에서 여러 지원자를 연달아 앉혀놓고 보면, 기준표의 숫자로는 절대 설명이 안 되는 순간들이 있더군요. 같은 답을 해도 어떤 사람은 준비된 말을 읊는 것처럼 들리고, 어떤 사람은 지금 이 면접장에서 진짜 생각하며 말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 차이는 단어 선택이 아니라 호흡과 시선, 그리고 모르는 걸 모른다고 인정하는 순간의 태도에서 갈리더군요. 결국 면접관이 채점하는 건 정답의 정확도가 아니라 이 사람과 3년쯤 같은 팀에서 일했을 때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 하는, 말로 다 옮기기 힘든 신뢰의 감각이었습니다. 그걸 눈치챈 지원자와 면접 끝까지 스펙과 정답만 밀어붙이는 지원자의 결과가 갈리는 걸 여러 번 지켜봤습니다.
면접에서 완벽한 답변보다 무너지지 않는 태도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
재미있게도 면접이 끝나고 며칠 뒤 동료 면접관들과 채용 회의를 하면서 다시 떠오르는 지원자는 답을 가장 매끄럽게 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고 잠깐 침묵하다가 "죄송한데 그 부분은 제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지금 떠오르는 대로 말씀드려도 될까요"라고 되물었던 지원자가 더 선명하게 남았더군요. 그 침묵과 되물음 자체가 이 사람이 압박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지키는 증거로 읽혔던 겁니다. 그러니 면접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정말 신경 써야 할 건 모든 질문에 대한 완벽한 모범답안을 외우는 게 아니라, 예상 밖의 순간에도 스스로를 잃지 않는 연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면접관은 사람의 흔들림 없는 진심 앞에서 가장 오래 마음이 머무르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