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전날, 체크리스트만 채우는 사람과 진짜 준비된 사람의 차이 (feat. 리스트에는 없는 것)

요즘 취업 준비생들 커뮤니티나 블로그를 들여다보면 유독 "면접 체크리스트"라는 제목의 글이 쏟아지고 있더군요. 복장부터 시작해서 예상 질문 30선, 자기소개 스크립트, 심지어 면접장 도착 시간까지 분 단위로 정리된 표들. 정보가 이렇게까지 자세할 수 있나 싶을 정도인데, 재밌는 건 이 정보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그래서 나는 뭘 준비해야 하지?"라는 질문 앞에서 더 얼어붙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 한 달 사이 채용 관련 커뮤니티에 유독 자주 올라오는 글이 "체크리스트 다 했는데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었어요. 저도 예전에 똑같은 경험을 했었습니다. 면접 전날 밤, A4 두 장짜리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형광펜으로 다 칠했었거든요. 그런데 결과는 탈락이었습니다. 그때는 억울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리스트가 놓친 게 뭐였는지 알겠더군요.

리스트를 다 채웠는데도 왜 떨어졌을까

체크리스트라는 게 원래 '빠뜨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도구이지, '이해했다’는 걸 증명하는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예상 질문 30개에 대한 답을 전부 외웠지만, 정작 면접장에서 질문의 순서가 살짝만 바뀌어도 머릿속이 하얘졌었어요. 준비한 답변을 그대로 꺼내야 하는데 질문이 조금만 비틀려도 대응이 안 되는 거죠. 나중에 알고 보니 면접관들은 답변의 완성도보다 "이 사람이 이 내용을 진짜 자기 것으로 소화했는가"를 훨씬 예민하게 보고 있더군요. 외운 티가 나는 답변과 이해하고 있어서 나오는 답변은 말투에서부터 다르게 들린다는 걸, 그 이후에 면접관으로 참여할 기회가 생겼을 때 반대편에 앉아보고서야 체감했습니다. 체크리스트는 준비 과정의 뼈대일 뿐이고, 그 뼈대 안에 살을 채우는 건 결국 그 내용을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설명해보는 시간이었던 겁니다.

완벽한 답변보다 필요한 건 완벽한 침묵

두 번째로 깨달은 건 조금 의외였는데요, 모르는 질문을 받았을 때 침묵을 버티는 연습이 답변을 외우는 연습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면접 자리에서 가장 어색한 순간은 틀린 답을 말할 때가 아니라, 답을 모르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서둘러 아무 말이나 채워 넣을 때더군요. 저는 이후로 체크리스트에 한 줄을 추가했습니다. "모르는 질문 앞에서 3초간 침묵하고 정리해서 말하기." 처음엔 그 3초가 억겁처럼 길게 느껴졌는데, 반복해보니 오히려 그 침묵이 신뢰를 만든다는 걸 알게 됐어요. 급하게 답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여유가 느껴지고, 그 여유가 곧 준비된 사람이라는 인상으로 이어지더라고요. 체크리스트 항목 하나하나를 채우는 것보다, 리스트에 없는 이런 태도의 디테일을 스스로 발견해가는 과정이 실제로 결과를 갈랐습니다.

면접 전날 밤에 다시 체크리스트를 펼친다면, 이번엔 항목 옆에 동그라미를 치는 대신 그 옆에 여백을 하나 남겨두시길 바랍니다. 그 여백에 적어야 할 건 답이 아니라, 그 답을 말하기까지 걸리는 침묵의 시간이었으니까요.

EGOfathomin

To Fathom Your Own Ego, EGOfatho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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