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으로 일하다 보면 이런 순간이 온다.
회의에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정작 내 생각은 사라진 느낌.
역할을 수행하느라 바빴지만, 내가 무엇을 기여했는지는 흐릿해진 상태.
협업은 잘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커리어의 밀도는 낮아진다.
이때 많은 사람이 묻는다.
“협업을 하다 보면 개인은 원래 희미해지는 걸까?”
HR의 시선에서 보면, 진짜 문제는 협업 그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협업 안에서의 나’에 대한 인식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요즘 협업에서 중요한 역량은 단순한 팀워크가 아니라
협업 정체성, 즉 팀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으로 인식되는가에 관한 문제다.
‘잘 섞이는 사람’보다 ‘역할이 분명한 사람’
조직이 협업을 평가할 때 가장 경계하는 유형은
의외로 갈등을 만들지 않는 사람이다.
표면적으로는 원만하지만,
어떤 판단을 했는지, 어떤 기준을 가졌는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좋은 협업자로 인식되는 사람은
항상 자신의 역할과 관점을 분명히 드러낸다.
모든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 지점에서는 이런 이유로 다르게 생각한다”는 식의 선이 있다.
조직은 이 선을 통해
그 사람이 팀에 어떤 가치를 더하는지를 판단한다.
협업은 조화를 요구하지만,
정체성 없는 조화는 평가로 이어지기 어렵다.
협업 속 ‘존재감 상실’
많은 직장인이 협업을 하며 지치는 이유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다.
일을 해도 내가 남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성과는 팀의 이름으로 묶이고,
의사결정은 collective decision이 되면서
개인의 판단 흔적은 흐려진다.
이때 중요한 질문은
“내가 얼마나 양보했는가?”가 아니라
**“이 협업에서 나는 어떤 판단 기준을 남겼는가?”**다.
협업 정체성은 말의 양이나 주장 강도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나만의 관점에서 만들어진다.
그 관점이 없으면, 협업은 곧 소모가 된다.
협업 정체성의 ‘기여 방식’
팀 안에서 나를 잃지 않는 사람들은
관계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숨기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기여 방식을 명확히 한다.
문제를 구조화하는 역할인지,
의사결정의 리스크를 짚는 사람인지,
팀의 속도를 조율하는 사람인지.
이 기여 방식이 분명해질수록
협업은 개인의 성장을 갉아먹지 않는다.
오히려 “이 팀에서 이 사람은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긴다.
협업 정체성은 주장으로 생기지 않는다.
반복되는 기여 패턴이 쌓여 만들어진다.
결론
결국 중요한 것은
팀에 맞추느냐, 나를 지키느냐의 선택이 아니다.
팀 안에서 어떤 나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인식하는 힘이다.
성장은 혼자일 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협업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을 때, 커리어는 깊어진다.
[ To Fathom Your Own Ego, EGOfathomi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