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공부할 땐 어떤 스타일이야?”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 어떤 방식으로 공부할 때 가장 몰입되는지, 어떤 환경에서 이해가 잘 되는지, 혹은 무엇을 잘하고 무엇에서 자주 막히는지를 모른 채, 주어진 과제만 반복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진짜 성장의 시작은 ‘나는 어떤 학습자인가’를 정의하는 순간부터다. 학습자 정체성은 단순한 성격 묘사가 아니라, 스스로의 학습 방향을 세우는 나침반이 된다. 이 장에서는 '자기이해 및 성찰력' 중에서도 학습자 정체성을 스스로 정의하고 방향성을 설정하는 능력, 즉 '자기 정의(Self-Definition)'라는 심화된 성찰 역량에 주목한다. 이는 학습 습관보다 더 깊은 층위에서, ‘나는 어떤 식으로 배우는 사람인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내면적 기반이다.
소극적 정의 유형: 자신에 대한 설명이 불분명한 상태
이 유형의 학습자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과거의 학습 경험이나 결과에 기반한 자기 분석이 부족하며,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집중이 잘 되는지 등에 대한 자각이 낮다. 이들은 대부분 ‘시킨 대로’ 혹은 ‘주변에서 하는 대로’ 공부하며, 스스로 학습을 설계하지 못한다. 이들에게는 자기인식의 질문이 필요하다. 예: 어떤 과목에서 성취감을 느꼈는가?, 공부가 잘 됐던 날의 환경은 어땠는가? 이런 질문을 통해 학습의 주도권을 타인으로부터 자신에게 옮겨오는 과정이 필요하다.
중간형: 부분적으로는 인식하지만, 정의가 일관되지 않은 상태
중간형은 어느 정도 자신이 선호하는 방식이나 강점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난 듣고 외우는 것보단 써보는 게 잘 돼” 정도의 인식은 있으나, 이를 학습 전략에 일관되게 적용하거나, 스스로 학습자 정체성을 말로 풀어내기에는 아직 미흡하다. 학습 정체성이 '단편적 인상'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에 대한 서술을 ‘기록’으로 전환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학습 후 하루 1분씩 “오늘 나에게 잘 맞았던 학습 방식은 무엇이었는가?”를 적으며, 자신에 대한 언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정체성 형성의 출발점이 된다.
명확한 자기 정의 유형: 학습의 방향을 스스로 설정하는 사람
이 유형은 스스로를 학습자로서 명확히 정의할 수 있다. 예: “나는 구조화된 틀을 바탕으로 공부할 때 효율이 높아”, “나는 감정이 안정된 상태에서 더 깊게 사고할 수 있어.” 그들은 단순히 성향을 아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성향을 바탕으로 학습 계획을 설계하고 실행한다. 학습 피드백 또한 자기 인식의 언어로 변환할 수 있어, 지속적인 성장의 기반을 마련한다. 이러한 자기 정의 능력은 메타 인지력과 맞닿아 있으며, 무엇보다 학습을 ‘자신의 것’으로 끌어안는 힘을 만들어낸다. 결국 이들은 혼자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스스로 동기를 재점화할 수 있는 학습의 주인이 된다.
우리는 늘 무엇을 공부할까에 집중하지만, 이제는 *‘나는 누구로서 공부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정체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스스로에 대한 언어가 쌓일수록, 학습은 더 이상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기만의 성장 맥락 속에서 이어진다. 학습자 정체성을 가진 사람은 방황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걸어갈 수 있는 길을 스스로 그릴 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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