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 — 이 질문이 사실은 면접의 시작이었습니다 (feat. 끝인사가 아니라 마지막 채점 문항이었다)

요즘 채용 현장 이야기를 듣다 보면 흥미로운 흐름이 하나 있습니다. 수시채용이 늘고 면접 회차가 짧아지면서, 면접관들이 지원자를 판단하는 데 쓸 수 있는 시간이 예전보다 훨씬 줄었다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5분, 정확히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라는 그 한 문장에 걸리는 무게가 오히려 더 커졌더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처음엔 저 질문을 그냥 예의상 던지는 마무리 인사인 줄 알았습니다. "오늘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정도로 답하고 나오면서 스스로 무난했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나중에 면접관 쪽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답변을 듣는 순간에도 그들의 펜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끝인사가 아니라, 채점표의 마지막 칸이었던 겁니다.

마지막 질문은 '기회'가 아니라 '여백'입니다

많은 면접 준비 자료가 이 질문을 "마지막 어필의 기회"라고 부릅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그 표현 때문에 사람들이 자주 무너집니다. '어필'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앞에서 이미 다 한 이야기를 다시 압축해서 되풀이하거나, 준비해온 열정 선언문을 낭독하게 되거든요. 면접관 입장에서는 새로 얻는 정보가 0인 시간입니다.

제가 무대에 서면서 배운 게 하나 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이 기억하는 건 가장 화려했던 대목이 아니라, 마지막에 조명이 꺼지기 직전 남은 잔상이라는 것. 면접도 똑같더군요. 이 질문은 어필의 기회라기보다, 면접관의 머릿속에 마지막으로 걸어둘 '한 장면'을 고르는 여백입니다. 그렇다면 채워야 할 건 열정의 크기가 아니라, 오늘 이 자리에서 미처 전해지지 못한 '결정적 한 조각'이어야 하죠.

그 조각은 대개 세 군데에 숨어 있습니다. 오늘 면접에서 내가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넘어간 질문, 이력서에는 있지만 아무도 물어봐 주지 않은 경험, 그리고 이 회사에 대해 내가 실제로 알아본 흔적. 특히 첫 번째가 강력합니다. "아까 협업 갈등 사례를 여쭤보셨을 때 제가 결과 위주로만 말씀드렸는데, 사실 그때 제가 가장 오래 고민했던 건…"으로 시작하는 답변은, 자기 답변을 스스로 복기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신호를 줍니다. 면접관이 채용하고 싶은 사람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부족함을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보정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요.

질문으로 되돌려줄 때, 대화의 방향이 바뀝니다

"하고 싶은 말" 자리에서 역으로 질문을 던지는 걸 위험하다고 여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건방져 보일까 봐, 혹은 준비 안 된 티가 날까 봐요. 그런데 제가 지켜본 바로는, 이 마지막 순간을 가장 잘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질문 하나를 들고 나오더군요.

다만 아무 질문이나 되는 건 아닙니다. "복지가 어떻게 되나요", "교육 프로그램이 있나요" 같은 건 채용 공고나 홈페이지에 이미 있는 정보고, 그걸 묻는 순간 준비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증명됩니다. 반면 "입사 후 첫 6개월 동안 이 자리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게 될 문제는 어떤 종류일까요?" 같은 질문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미 그 자리에 앉아 일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면접관은 그 질문을 받는 순간, 머릿속으로 당신을 그 자리에 앉혀놓고 상상하기 시작합니다. 그게 합격의 실질적인 첫 단추입니다.

실천은 어렵지 않습니다.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 딱 두 가지만 손에 쥐고 가세요. 하나는 '이 회사에서 내가 진짜로 궁금한 것' 한 문장. 다른 하나는 면접 도중에 실시간으로 메모해둘, 내가 아쉽게 넘어간 질문 하나. 앞의 것은 준비할 수 있고, 뒤의 것은 그 자리에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이 오면 이 둘 중 그날의 공기에 더 맞는 쪽을 꺼내면 됩니다. 그리고 30초를 넘기지 마세요. 여백은 채우는 게 아니라 남기는 것이니까요.

면접이 끝나고 문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대개 방금 한 말들을 후회합니다. 하지만 진짜로 오래 남는 건 잘한 답변이 아니라, 끝까지 자기 자신으로 남아 있었는가 하는 감각이더군요. 마지막 질문은 결국 그걸 묻고 있었던 겁니다 — 준비해온 사람 말고, 지금 여기 앉아 있는 당신은 누구냐고.

EGOfathomin

To Fathom Your Own Ego, EGOfathomin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