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만 들어가면 말이 꼬이는 사람들, 사실은 '언어'를 잘못 고른 겁니다 (feat. 평소 말투와 면접 답변은 아예 다른 종목이었다)

요즘 취업 커뮤니티를 기웃거리다 보면 유독 자주 눈에 밟히는 하소연이 하나 있더군요. "평소엔 말 잘한다는 소리 듣는데, 면접만 들어가면 머릿속이 하얘진다"는 이야기요. 올 상반기 들어 구조화 면접이니 역량 면접이니 하는 방식이 부쩍 자리를 잡으면서, 이 고민은 더 깊어진 것 같습니다. 질문지가 촘촘해질수록 "대체 면접 답변은 어떻게 해야 붙는 거지?" 하는 불안이 커지니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한때 그 불안의 한복판에 서 있었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선 분위기 잘 띄운다는 소리를 듣던 제가, 정작 면접 대기실 의자에 앉으면 준비한 말이 입 안에서 엉키곤 했었거든요. 한참을 헤매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문제는 제 말솜씨가 아니라, 제가 '면접용 응답법'이라는 게 따로 있다는 걸 몰랐다는 데 있었더군요.

면접 답변은 '말솜씨'가 아니라 '번역'이었습니다

일상 대화와 면접 답변은 목적지가 다릅니다. 평소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목적은 대개 '공감'이에요. 내 기분을 나누고, 상대와 결을 맞추는 것. 그래서 두서없이 이야기해도, 말끝을 흐려도 관계는 유지됩니다. 그런데 면접이라는 자리는 다릅니다. 이곳에서 오가는 모든 말의 목적은 '증명'이에요. 면접관은 당신과 친해지려고 앉아 있는 게 아니라, 당신이라는 사람을 판단할 근거를 모으려고 앉아 있으니까요.

같은 경험을 이야기하더라도 그래서 번역이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팀 프로젝트를 열심히 했다"는 말은 일상에선 충분한 문장이지만, 면접에선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하는 빈 문장에 가깝습니다. 면접관의 머릿속에서 이 말은 '그래서 이 사람이 우리 조직에서 어떻게 일할 사람인가'라는 질문으로 자동 변환되거든요. 면접용 응답법의 출발점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내 경험을, 면접관이 판단에 쓸 수 있는 '근거'의 언어로 옮겨 담는 것이죠.

결론부터, 그리고 형용사 대신 장면으로

그렇다면 실제로 어떻게 옮겨 담아야 할까요. 제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붙잡은 두 개의 축이 있습니다. 하나는 '결론부터'입니다. 긴장하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배경 설명부터 늘어놓게 되는데, 면접관이 하루에 수십 명을 만난다는 걸 떠올려 보세요. 두괄식으로 핵심을 먼저 던지고 근거를 뒤에 붙이는 순간, 당신의 면접 답변은 '정리된 사람'의 답변으로 들리기 시작합니다.

다른 하나는 '형용사를 장면으로 바꾸기'입니다. "책임감이 강합니다" 같은 형용사는 누구나 말할 수 있어서 아무런 힘이 없어요. 대신 그 형용사가 드러났던 구체적인 장면 하나, 숫자 하나를 꺼내는 겁니다. 마감을 앞두고 새벽까지 남아 데이터를 다시 맞춰본 그 밤의 이야기가, '책임감'이라는 단어 백 번보다 강합니다. 흔히 말하는 STAR든 뭐든, 결국 이 원리를 면접 답변에 심는 도구일 뿐이더군요. 틀을 외우기보다, 내 경험을 장면으로 되살리는 연습이 먼저입니다.

면접 답변법이 따로 있다는 말은, 당신이 부족한 사람이라 새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저 당신이 이미 살아온 시간을, 그 자리에 맞는 언어로 다시 꺼내 보이는 일에 가깝습니다. 대기실 문이 열리기 전, 잠시 눈을 감고 떠올려 보세요. 증명하려 애쓰기보다, 이미 지나온 장면들을 담담히 건네고 나오는 사람. 그런 사람 앞에서 면접관의 펜은, 생각보다 오래 멈춰 있곤 합니다.

EGOfathomin

To Fathom Your Own Ego, EGOfatho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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