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다 면접에서 '옆 사람'을 이기려던 순간, 저는 이미 반쯤 탈락해 있었습니다 (feat. 진짜 공략 대상은 경쟁자가 아니었다)

요즘 취업 커뮤니티나 채용 설명회를 돌아다니다 보면, 부쩍 다시 화제가 되는 이야기가 하나 있더군요. 바로 다대다 면접, 그러니까 여러 면접관이 여러 지원자를 한자리에 앉혀놓고 동시에 보는 집단면접입니다. 한동안 화상 면접과 AI 역량검사에 밀려 사라지는 듯했는데, 최근 들어 조직문화 적합성과 협업 역량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보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다시 전면으로 돌아오고 있어요. 혼자 카메라 앞에서 답하는 것과, 바로 옆에 경쟁자를 두고 답하는 건 사실 완전히 다른 종목이거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처음 다대다 면접에 들어갔을 때 머릿속을 가장 먼저 채운 생각이 "이 중에서 내가 제일 튀어야 한다"였습니다. 옆 지원자가 매끄럽게 답하면 속으로 조급해지고, 제 차례가 오면 어떻게든 한마디라도 더 화려하게 얹으려고 애를 썼죠. 그런데 결과는, 그 면접 보기 좋게 떨어졌습니다. 한참 뒤에야 깨달았어요. 제가 공략해야 할 대상을 처음부터 완전히 잘못 골랐다는 걸요.

다들 옆 사람을 이기려 할 때, 면접관은 전혀 다른 장면을 세고 있었습니다

다대다 면접에 앉아 있는 지원자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 옆 사람을 경쟁자로 설정합니다. 저 사람보다 목소리가 커야 하고, 저 사람보다 답이 길어야 하고, 저 사람이 말할 때 내 다음 답을 준비하느라 정작 그 말은 하나도 듣지 못하죠. 그런데 나중에 현직 인사담당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면접관들은 그 자리에서 '누가 제일 잘났나'를 줄 세우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을 우리 팀 옆자리에 앉혀도 괜찮을까'를 보고 있었습니다.

집단면접이라는 형식 자체가 그걸 보려고 설계된 거예요. 한 명씩 따로 부르면 절대 드러나지 않는 것, 바로 여러 사람 사이에 있을 때의 태도가 다대다에서는 고스란히 노출됩니다. 남이 말할 때 표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자기 차례가 아닐 때 어떤 자세로 앉아 있는지, 앞사람의 답을 받아서 자연스럽게 이어가는지 아니면 준비한 대본만 읽고 마는지. 옆 사람을 이기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 조급함은, 면접관 눈에는 '혼자서는 빛나지만 함께 두면 피곤한 사람'으로 읽히기 딱 좋았던 겁니다.

내가 '말하지 않는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당락을 가릅니다

그래서 다대다 면접의 진짜 공략 대상은 옆 지원자가 아니라, 내가 입을 다물고 있는 그 긴 시간이에요. 발언 시간으로만 따지면 다대다 면접에서 내가 말하는 시간은 전체의 몇 분의 일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남의 답을 듣는 시간이죠. 대부분은 이 시간을 그냥 버려요. 다음 답을 외우거나, 초조하게 시계를 보거나, 표정 관리에 실패하거나. 하지만 합격하는 사람은 바로 이 시간을 씁니다.

앞 지원자가 한 이야기를 짧게 언급하며 내 답을 시작하는 것, 누군가 긴장해서 말이 막힐 때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눈빛, 내 차례가 아닐 때도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 이건 연기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인데, 신기하게도 면접관은 이걸 정확히 알아봅니다. 예전의 저처럼 나 혼자 튀려고 옆 사람의 말을 흘려듣던 사람과, 그 방 전체의 공기를 한 톤 끌어올리는 사람은 같은 답을 해도 완전히 다르게 기록되더군요. 결국 다대다 면접은 '가장 화려한 한 사람'을 뽑는 자리가 아니라,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을 골라내는 자리였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제가 이겨야 했던 건 옆자리의 지원자가 아니라, 자꾸만 혼자 앞서 나가려던 제 조급함이었어요. 공략 대상을 바꾸는 순간, 면접이라는 방의 온도도 함께 바뀝니다.

EGOfathomin

To Fathom Your Own Ego, EGOfathomin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