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이 끝난 그날 밤, 복기 노트를 편 사람과 그냥 잠든 사람의 1년 뒤 (feat. 면접 복기는 반성문이 아니라 데이터 수집이었습니다)

요즘 채용 시장 흐름을 보고 있으면, 한 사람이 1년 동안 치르는 면접 횟수가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되게 늘었더군요. 공채가 줄고 수시채용이 자리를 잡으면서, 크게 한 번 준비해 한 번에 끝내는 구조가 아니라 자주 지원하고 자주 떨어지는 구조로 바뀌었으니까요. 최근 몇 주 사이 취업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봐도 유독 자주 보이는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면접은 계속 보는데, 실력이 느는 느낌이 안 들어요."

저는 그 한 문장이 지금 시대 취업 준비의 통증을 가장 정확하게 찌른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은 쌓이는데 실력은 안 쌓이는 상태. 횟수는 늘어나는데 감각은 그대로인 상태.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한동안 면접을 '치르고 나면 끝나는 시험'으로 여겼었습니다. 끝나면 지하철에서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집에 와서 '아 그 질문 그렇게 답하지 말걸' 한 번 되뇌고, 그걸로 끝. 그리고 두 달 뒤 다른 회사 면접장에서, 저는 거의 똑같은 질문에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무대에 서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무대는 연습한 만큼 나오는 게 아니라, 지난 무대를 어떻게 되돌려봤는지만큼 나온다고요. 면접도 정확히 같더군요.

면접 복기는 잘못을 찾는 반성문이 아니라, 나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입니다

면접 복기를 하라고 하면 대부분 이렇게 합니다. 못한 답변을 떠올리고, 부끄러워하고, '다음엔 더 잘해야지'라고 다짐하고 노트북을 덮죠. 그건 복기가 아니라 자책입니다. 자책은 감정을 소모시킬 뿐, 다음 면접에서 꺼내 쓸 수 있는 게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런 식의 복기를 반복한 사람일수록 면접장에서 더 위축되더군요. 머릿속에 남은 게 '나는 저 질문에 약하다'는 낙인뿐이니까요.

반면 면접 복기를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자기 답변을 사건이 아니라 자료로 취급합니다. 잘했다 못했다가 아니라, 무슨 질문이 나왔고 내 입에서 어떤 문장이 먼저 튀어나왔는지를 그대로 기록하는 거죠. 여기서 인사이트가 나오는 지점은 늘 예상 밖입니다. 저는 세 번째 면접을 복기 노트에 정리하고 나서야, 제가 어려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답변을 "음, 그러니까 제가 생각하기에는"으로 시작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스스로는 단 한 번도 자각한 적 없던 습관이었어요. 면접관 입장에서 그 도입부는 '이 사람 지금 시간 벌고 있구나'로 읽혔을 겁니다. 아무리 답변 내용이 좋아도, 그 여섯 글자가 매번 앞에 붙는 순간 신뢰의 온도는 조금씩 떨어졌겠죠.

그건 어떤 면접 스터디나 예상 질문 리스트로도 알아낼 수 없는 정보였습니다. 오직 내 면접, 내 입에서 나온 문장을 기록해야만 보이는 것이었으니까요. 면접 복기의 본질은 여기에 있습니다. 세상에 떠도는 일반론이 아니라, 나만의 패턴을 발견하는 것. 남들이 다 아는 모범답안을 하나 더 외우는 게 아니라, 나만 모르고 있던 내 습관을 하나 걷어내는 것.

그날 밤 30분, 노트 세 칸이면 충분하더군요

방법이 거창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거창하면 이틀 만에 그만두게 되더군요. 제가 결국 1년 넘게 유지한 면접 복기 방법은 노트를 세 칸으로 나누는 것, 그게 전부였습니다.

첫 칸에는 질문을 들은 그대로 적습니다. 요약하지 않고요. '지원동기 물어봄'이 아니라 "왜 저희 회사여야 하는지, 다른 곳도 많은데요?"라고 그 어투까지 살려서요. 질문의 표현 자체에 그 회사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가 담겨 있거든요. 요약하는 순간 그 정보가 통째로 날아갑니다.

둘째 칸에는 내 답변의 첫 문장만 적습니다. 전체 답변을 다 복원하려 하면 힘들어서 못 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첫 문장만 모아놔도 내 사고의 습관이 다 드러나더군요. 변명으로 시작하는지, 결론으로 시작하는지, 아니면 저처럼 시간을 버는 군더더기로 시작하는지.

셋째 칸에는 그 답변 직후 면접관의 반응을 적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는지, 메모를 했는지, 아무 반응 없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는지. 이게 진짜 채점표에 가장 가까운 정보입니다. 면접관은 점수를 알려주지 않지만, 반응은 숨기지 못하니까요. 저는 이 세 번째 칸을 몇 달치 쌓아놓고 나서야, 제가 성과를 숫자로 말할 때는 늘 메모가 따라오고 태도나 열정을 말할 때는 반응이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뒤로 답변의 무게중심을 옮겼고, 결과는 꽤 빨리 달라졌습니다.

한 가지 더. 복기는 반드시 그날 밤에 해야 합니다. 다음 날이 되면 기억이 나를 보호하기 시작하거든요. 실제로 어색했던 침묵은 짧아지고, 더듬었던 답변은 매끄러워지고, 면접관의 무표정은 어느새 미소로 각색됩니다. 뇌는 우리를 위로하려고 기록을 조용히 고쳐 씁니다. 그래서 지치고 김이 빠진 그날 밤 30분이, 컨디션 좋은 다음 주말 세 시간보다 훨씬 정확합니다.

그렇게 모인 노트는 어느 순간 예상 질문집보다 훨씬 강력한 물건이 됩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질문 100선은 모두의 것이지만, 그 노트는 오직 나에게만 맞춰진 자료니까요.

면접에서 떨어지는 건 사실 그렇게까지 큰일이 아닙니다. 진짜 손해는 떨어진 그 자리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나오는 겁니다. 같은 방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고도 어떤 사람은 탈락 하나만 들고 나오고, 어떤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료 한 장을 들고 나옵니다. 1년 뒤 두 사람의 거리는, 실력 차이라기보다 그날 밤 노트를 폈는지 아닌지의 차이에 더 가깝더군요.

오늘 면접을 보고 돌아온 분이 계시다면, 아마 지금쯤 아무 생각도 하기 싫으실 겁니다. 그 마음 압니다. 그래도 불을 끄기 전에 딱 세 줄만 남겨두시면 좋겠습니다. 그 세 줄은 오늘의 나를 위한 게 아니라, 다음 면접장 문을 열고 들어갈 나에게 미리 보내두는 쪽지에 가까우니까요.

EGOfathomin

To Fathom Your Own Ego, EGOfatho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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